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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폴:600미터, 세상에서 제일 높은 감옥에 갇힌 두 여자의 생존 이야기

by 제제 하우스 2022. 12. 29.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데 자꾸 그러는 아이러니 스토리

주인공 베키는 사랑하는 남편 댄이 있다. 댄과 베키, 그리고 그들의 친구 헌터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한다. 어김없이 셋이 암벽등반을 하던 중, 댄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세상을 떠난다.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베키는 무기력과 죄책감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곧 자기의 삶 마저 스스로 놓아버릴 정도로 위태로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걷는 베키. 이런 베키를 보고 친구 헌터는 같이 극복하러 나서자고 제안한다. 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가장 베키다운 모습으로, 댄이 좋아하는 그 베키의 모습을 찾기 위해 미국에서 높다고 손에 꼽히는 TV 타워에 오르자고 설득한다. 그곳에 올라서 보내주지 못했던 댄의 유골도 뿌리고 다시 예전의 베키처럼 활기차게 살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베키와 헌터는 위험한 도전을 위해 떠나게 된다. 막상 타워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짐승을 뜯어먹는 독수리가 이상하리만큼 스산하고 소름 끼친다. 타워는 낡을 대로 낡았고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높다. 막상 도착하니 이게 자신이 없어진 건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건지 베키는 타워 오르기를 거절한다. 하지만 헌터는 끝없이 그녀를 다독이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먼저 타워를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의 험난한 여정은 시작되었다. 

 

 

이렇게까지 주인공에게 몰입한 적이 없었다.

베키와 헌터는 단언컨대 감각 중에 무서움이 없는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그저 브라운관으로 아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인데 그들을 대신해서 내가 손바닥에 땀이 나고 눈물이 났다. 마지막 꼭대기까지 올랐을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베키가 댄을 멀리 떠나보내며 이제 그녀도 새로운 삶을 살기를 같이 기도했고 그렇게 조금씩 극복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위험하게 다시 내려가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드론으로 풍경을 담겠다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걸 보면서 이제 제발 그만하고 내려오라고 속으로 외쳤다. 쥐꼬리만 한 패널 위에서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바람이 그렇게 불어도 좋다고 웃고 있는 베키와 헌터. 미국 강심장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얼른 무사히 땅으로 복귀하기를 기도했지만 그렇게 끝나면 영화가 될 리가 없다. 베키가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아래로 내딛는데 너무 낡고 오래된 사다리의 나사가 빠지면서 모든 사다리 연결고리가 끊어져버리고 만다. 절망에 빠진 것도 잠시, 비상용 조명탄과 망원경을 발견하고, 타워 아래 캠핑하러 온 커플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 발 밖에 없는 조명탄이기에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명탄을 쏜다. 핸드폰 후레시를 켜서 그들이 타워 위에 갇혔음을 알리게 되고 그 노력 때문인지 커플들도 그녀들이 타워 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베키와 헌터는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을까? 그 커플은 그녀들을 위해 구조 신고를 했을까? 영화를 보면서 제일 화났던 부분은 헌터가 베키에게 타워를 오르자고 제안한 것도, 베키가 따라나선 것도, 사다리가 부서진 것도 아니었다. 커플은 사람이 있는 걸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오히려 헌터의 차를 훔쳐 도망간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헌터와 베키는 좌절에 빠지고 만다. 그들은 이제 아무런 방법이 없다. 타워가 너무 높아서 핸드폰 수신도 잡히지 않는다. 어떻게든 핸드폰으로 구조 요청을 해야 하는데 아래로 내려갈 방법은 없다. 그들은 헌터의 신발에 핸드폰을 담아 던지지만, 핸드폰이 떨어지면서 망가진 것인지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엄마 아빠가 하지 말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영화 폴:600미터를 안 본 사람들을 위해 더 이상의 스토리는 생략하겠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다'이다. 나라에서 출입 금지를 해 놓은 것도, 엄마아빠가 위험한 곳은 가지 말라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말이다. 함부로 나 자신만 믿고 나섰다가는 내 목숨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의로운 사람들까지 다칠 위험이 있다. 그러니 항상 어디서 무얼 하든 신중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베키와 헌터가 그렇지 못했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어른스럽지 못했던 행동은 조금 아쉬웠다. 가장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인가. 나의 경우엔 엄마이다. 엄마가 지금 당장 날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내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엄마만 외치고 있다. 그런 엄마가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스스로를 잘 돌 보는 것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자.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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