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를 가진 한 청년의 순수한 열정을 담은 스토리
초원이(조승우)는 20살이지만 정신 연령은 5살인 자폐를 가진 아이이다.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자신의 세상에 오로지 혼자 존재한다.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도, 일반적인 사회생활도 초원이에게는 조금은 힘든 일이다. 그런 초원이가 남들보다 잘하고 누구보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달리기이다. 초원이는 누구보다 달리기를 잘한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초원이가 제일 좋아하는 얼룩말이 된 기분이다. 우연히 나간 마라톤 대회에서 2위를 수상한 초원이 와 초원이 엄마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서브쓰리, 즉 마라톤 완주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알려줄 선생님이 필요했다. 때마침 초원이네 학교에 음주운전으로 봉사활동을 오게 된 전직 마라토너가 있다. 초원이 엄마와 초원이의 적극적인 공세로 초원이는 전문가에게 마라톤 전문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억지로 하게 된 봉사활동에 열과 성을 보이지 않았던 강사도 달리기를 향한 초원이의 열정과 순수한 모습에 감동받아 적극적인 지휘에 나선다. 초원이의 정식 마라톤 출전을 앞두고, 엄마에게 어두운 소식이 들려온다. 초원이의 달리기는 정말 초원이가 원해서였을까 아니면 엄마의 일방적인 욕심이었을까. 본인 때문에 초원이가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분별없이 달렸을 거란 생각에 빠진 엄마는 초원이에게 강제로 마라톤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초원이는 혼자서 춘천 마라톤 현장까지 찾아가게 되고, 엄마와 동생의 만류에도 달리기를 시작한다. 서브쓰리 완주를 앞두고 초원이의 정신은 아늑해지지만 이윽고 맑은 햇살과 바람을 따라 초원이도 완주에 성공한다.
우리는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내 인생을 내가 살아가고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 한다. 하지만 이게 정말 맞는 말일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취향과 흥미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까.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 외부 구조에 의해 추구할 수밖에 없는 방향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누구나 겪어보았고 선택해보았을 것이다. 내가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일과 객관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들 하나의 열정은 품고 살지만 현실 생활에 치여 묻어두기 마련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릿속은 온통 이 생각으로 가득 찼다. 초원이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올곧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누구나 장래희망이 수십여 가지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을 때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사회에 적응하고 현실에 수긍하면서 본인의 열정을 잃고 살게 된다. 영화 말아톤은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나 자신으로 돌아가 본인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일에 몰입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초원이가 5살 지능의 자폐아인 것도 어린아이의 모습이기 때문에 더욱 와닿는다.
초원이 와 말아톤, 그리고 조승우에 대하여
영화를 보면서 아름다운 스토리에 한 번, 주연 배우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력에 두 번 놀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승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시켜준 작품에는 반드시 말아톤이 들어간다. 눈빛, 말투, 표정, 분위기까지 초원이 그 자체를 재현 한 조승우의 역대 작품이다. 영화 개봉 당시 많은 기자들이 초원이 연기를 하며 어려웠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냐 물으면 조승우는 항상 마라톤 하는 사람처럼 근육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할 뿐 자폐 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자폐 연기를 패러디하거나 웃음으로 승화하지 않고 진지하고 온전하게 그 자체로 받아들여서 본인 스스로 초원이가 된 것이 너무 멋있고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조승우에게 초원이 와 말아톤은 정말 진지했고 그렇기에 더욱 진심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초원이의 웃음이 조승우의 웃음으로 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자폐의 웃음과 즐거움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조승우라는 배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배려심을 알 수 있었다. 감정을 애써 터트리려 하는 것이 아닌 머금고 품어내는 연출과 스토리 라인이 영화의 작품성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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