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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리틀포레스트, 힘들 때 잠시 쉬어가는 힐링 영화

by 제제 하우스 2023. 1. 15.

잠시 배가 고파 고향에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 마음의 안식처

혜원(김태리)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서울의 수많은 고시생 중 한명이다. 바쁘고 정신없고 치열하고 견제와 경쟁만이 넘치는 곳. 이 곳에서 혜원은 지칠대로 지쳤다. 열심히 준비했던 임용고시는 떨어지고 말았다. 혜원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그녀는 떨어지고 그녀의 남자친구만 합격했다는 것이다. 자존심도 상하고 지칠대로 지친 혜원은 말도 없이 그냥 불쑥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냥 쉬고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유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진짜지만 배가 고파서 내려왔다. 차게 식은 편의점 도시락, 쉬어버린 냉장고 음식들은 혜원이의 마음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혜원은 맛있고 건강한 음식들을 해 먹는다. 그녀의 오랜 친구들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이 함께 자리를 채워준다. 재하는 서울에서 유명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힘든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는데 막상 사회생활은 쉽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부장의 꼰대짓과 이유없이 이어지는 야근을 견디기 힘들었던 재하는 뒤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따라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로 한다. 농사는 거짓말하지 않고 나를 속이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 은숙은 혜원, 재하와 다르게 쭉 시골에서만 살았다. 근처 전문대를 졸업하고 지역 농협에 취직해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은숙의 소원은 성공해서 도시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혜원이와 재하의 마음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지겹고 지루하기만 한 이 시골이 뭐가 좋아서 다시 온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곁에 생겨서 기분은 좋다. 혜원, 재하, 은숙은 혜원이네 집에 모여서 혜원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눈다. 사회 초년생, 취업준비생들의 또래에 맞게 모이면 마냥 즐겁고 기쁘기만 하다. 혜원이의 엄마에 대한 심란한 마음, 남자친구에 대한 걱정만 빼면 말이다. 

 

 

자극적인 스토리 없이 편안하고 잔잔함에서 오는 힐링

리틀포레스트는 이렇다 할 스토리가 없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이미 관람을 하고 온 친구들에게 무슨 내용이냐 물어보면 그냥 다들 힐링하는 이야기 라고 말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너무 추상적인 표현이라 더욱 궁금해지는 영화였다. 진짜 막상 영화를 보게되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다른 영화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현란한 스토리나 연출이 없다. 자극적인 장면, 얽히고 설힌 인물들의 관계, 시기, 질투, 살인, 폭행, 불륜 등 요즘 시대에 흥행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 들 중 어떤 것도 나오지 않는다. 오직 김태리가 시골에서 고구마를 심고, 송충이를 살려주고, 요리를 하는 것, 그리고 친구들과 요리를 나눠먹으며 수다 떠는 장면이 전부이다. 그런데 어떻게 입소문을 타고 흥할 수 있었을까. 이는 오히려 관객들이 바라는 삶을 김태리가 대신 살아줬다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조금은 지쳐있다. 시계바퀴가 시골보다 두 배는 빨리 흘러가는 것 처럼 빠듯하고 치열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누구라도 아 조금은 조용한 곳에 가서 쉬고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적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감정적인 소모가 없는 조용한 시골 이야기가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태리를 보며 부럽다고 느낀 관객들이 꽤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영화를 보면서 내려 갈 시골이 있는 김태리가 부러웠다. 시간이 갈수록 도시와 농촌의 인구 격차가 커지면서 더욱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곳이 없는게 대부분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김태리는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즉흥으로 갈 수 있는 시골집이 있음에 부러움을 느꼈다. 일주일이든 한달이든 일년이든 마음이 치유가 될 때 까지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때 까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 축복이라 생각한다. 내려갈 집이 있는 혜원이가 부러웠고, 내려가서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에 두 번 부러웠다. 막상 시골에 내려가더라도 혼자 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 오히려 친구들이 마음을 나눠주니 말이다. 어렸을 떄의 향수를 느끼고 엄마와의 추억을 기리는 혜원의 시골집. 내가 혜원이도 아니고 혜원이의 마음도 일말 공감할 수 없지만 멀리서나마 혜원을 응원하고 마음의 공감을 느꼈다. 잠시라도 쉬었다가 에너지를 얻고 다시 힘찬 혜원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혜원이에게 하고싶은 말이고 나에게 하고싶은 말이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청춘에게 하고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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